


“고개를 들어 영원을 보라.”
외관
상체가 곧고 자세가 바르다. 라벤더나 비취, 수레국화 같은 색들이 섞여 윤기로 빛나는 머리칼은 약한 곱슬기가 있으며 어깨에 닿지 않는 길이이며, 아무리 바람이 불더라도 그 사이에서 외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회색 살갗은 부드럽고 눈가의 여린 살과 눈꺼풀의 일부가 주사를 빻아 문댄 마냥 붉으며 물망초 같은 홍채와 대비를 이룬다. 토벌대의 망토를 여민 사이로 머리칼처럼 여러 색의 깃털이 돋은 날개는 상체보다도 커, 늘씬한 몸에 무게를 더하는 주범이 된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가운 아래로는 꼬리깃이 길게 삐져나와 있다. 인간의 그것과 흡사한 팔과 다르게 다리는 가늘고 살이 적으며 특히 가죽이 두꺼우며 우둘투둘한 것처럼 보이는데, 날카로운 발톱이 네 개 돋아 갈라진 발은 완전히 새의 것 같다.
두상과 반신 @Antarctic_tears님 지원입니다.
성격
그가 말하는 모습을 처음 본 이는 그가 그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 모르는 독불장군일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는 타인과 이야기하며 단 한 순간도 주눅이 들거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 않고 삼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거절당함에 익숙하지 않거나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부류는 아니라 그런 오해는 금방 사라지는데, 그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 단 한 점도 없는 쪽에 가깝다. 물론, 누구의 삶에도 불확실한 순간들은 찾아온다: 그러나 모두가 불확실을 안고 살아가는데 자신을 의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자기 자신마저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가 누구를 납득시키겠냐는 것이다. 이런 세상이 되었더라도 그는 여전히 상당히 너그러운 사람인데, 그 너그러움은 물질을 베푸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타인이 부딪쳐 오거나 발을 밟더라도 화를 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여유를 쉬이 잃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좋을 것이다. 노하기는 어렵고, 그만큼이나 용서하는 것은 빠르다.
기타사항
사미. 상체는 인간과 흡사하나 새와 같은 날개와 다리, 꼬리깃이 있으며 외이 없이 소리를 듣는, 수명은 60년 전후인 포유류로, 날 수는 있으나 첫 자식이 태어난 이후에 그 부모는 어릴 때 가지고 있던 비행능력을 잃어, 몸을 땅에서 두 뼘 가량 띄우는 정도 외에 날개는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은 대륙 남서부에 위치한 그들의 고향, 삼-로잇을 떠나지 않아 그렇게까지 널리 알려진 종족은 아니다.
사미의 종교에 의하면 세상은 첫 번개가 쳐서 창조되었으며 그 번개의 도래를 알린 천둥이 땅에 부딪혀 사미, 천둥조각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영원과 불멸로, 아무리 맑은 날이 계속되더라도 하늘에서는 언젠가 비와 번개가 내려와 그들에게 창세를 상기시키기에, 그들은 번개의 도래를 알리는 이들로서 마지막 천둥 - 그런 것이 존재하기라도 한다면 - 이 울릴 때까지 자신들이 멸하지 않으며, 땅에 사는 날동안 영원한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 믿는다. 삼-로잇이 라메르크교가 퍼지기 시작한 대륙 남동부와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영원불멸을 이름처럼 외치는 이들이 신이 정한 끝을 믿는 종교에 감화되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
사미의 사회 내에 계급은 없으며 모두를 고귀한 천둥의 후예로 대하나, 창세에 너무 빨리 깨져나와 번개를 눈에 담아버려 데어 붉어진 눈가를 유전하여 태어난다는 이들을 큰 천둥조각, 에사미라 부르며 정신적 지주로 여긴다. 양조 기술이 발달해 있으며 시끄럽게 먹고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문화.
말을 흐리는 일 없고 발음이 정확해,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큰 편이 아닌데도 그의 말은 귀에 꽂히는 것처럼 확실하게 들린다. 낮은 목소리는 절대 거칠지는 않으나 웃을 때는 목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난다.
벌꿀주를 가장 좋아하고, 산딸기나 까치밥나무 열매로 만든 술을 그 다음으로 친다. 아무튼 싫어하는 술은 없는 모양이다.
남서부의 고향을 떠난 이후로 깃털이 조금 도톰해진 것도 같다.
눈가 붉은 여덟 살 된 딸이 있다. 만일 그가 북부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에사미가 삼-로잇에서 사라지지는 않는 셈이다.
하지만 작은 단도 하나 품고 떠난 그는 영원을 증명하며 돌아올 것이다. 에사미타는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영원불멸할 것이다.
지원동기
"천둥이 울리노라. 뉘가 감히 마지막을 논하는가?"
고개를 서쪽으로 들면 보이는 사막을 만들어냈다는 용의 흔적과 남쪽으로 내려오는 피난민들의 울음은 영원을 토대로, 불멸을 기둥 삼아 세워진 삼-로잇에도 종말의 불안을 끼워넣기 충분했다. 마지막 천둥이 울릴 때까지 술을 빚고, 마시고, 취하며 노래하겠다는 이들 있고, 용이야말로 두 번째 창세를 위하여 내려온 번개이니 그의 전령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있으며, 세상의 마지막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가여우니 영원불멸을 증명해야겠다며 성지를 떠난 에사미가 하나 있었다. 그는 말한다: 고개를 들라, 이 가장 큰 천둥의 조각을 보며 영원을 떠올리라. 마지막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