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길이 좀 험하더라고.”
외관
기이할 정도로 흐릿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다. 토벌대 망토를 제외하고는 온통 빛바랜 색의 천으로 만든 낡은 옷을 걸치고 있고, 머리카락이 얼굴 반 정도는 가리고 있다. 머리카락과 두건을 걷어내는게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안면에 안개라도 낀 듯 얼굴 구경하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희뿌연 느낌이지만 가끔씩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만큼은 잊기 어려울 정도로 새파랗다. 특유에 피곤해보이는 눈가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에 눈이 더 형형하게 빛나는 느낌을 준다.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은 탁하고 옅은 금발에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인데, 한갈래로 대강 묶어 두건 아래에 감춰놓았다. 그렇게라도 정리하지 않았다면 분명 빗자루 같은 몰골이 될 것이다. 겉에 보이는 견갑과 요갑 말고도 겉옷 안쪽에 체인메일로 몸을 한겹 더 감쌌다. 거기에 항상 직검 하나를 들고 다닌다. 갑주의 무게를 버티고 검을 빠르게 휘두를 정도로는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다. 워낙 둘둘 감고 다녀서 보이지는 않지만, 오래된 게헤반의 문신이 등에 새겨져 있다.
성격
가만히 놔두면 사람이 아니라 빗자루를 세워둔것처럼 조용한데다 외관 때문에 어두침침한 분위기까지 더해서 쉬이 말을 걸고 싶어지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과묵하거나 사람 대하는게 서투른건 아닌지 누군가 말을 걸면 곧잘 입을 열고는 한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에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한다.
냉정해보이는 인상이지만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퍽 곰살맞고,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잘 내미는 호인이다. 화도 잘 안내는 편인데, 발화점이 높다기보단 화를 내려다가도 참는 쪽이다. 그런것을 보면 천성이 말랑한 사람은 아닌데 남에게 잘 대하려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인듯 하다.
기타사항
출신지가 명확하지 않아 고향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떠돌아다니며 살았기 때문이다. 생전 그의 부모와 아는 사이었을 누군가가 맡아 데리고 다니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맡기는 식으로. 그래서 대륙 북부에서 어느 마법사로부터 마법을 배우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한곳에 오래 머무른 일이 없다. 그래도 게헤반으로서 돌아다니면서는 가진 재주가 여기저기서 환영받을만한 종류의 것이라 굶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한다.
떠돌이 용병 내지 모험가로 벌어먹고 살았는데, 한곳에 붙어있기를 정말 싫어해서 틈만나면 지내던 곳을 떠나 다른곳으로 간 탓에 대륙 곳곳에 안가본 곳이 없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싸우기 힘들어져도 정착하지 않고 캐러밴 행렬에 껴서 장사나 하면서 돌아다니고 싶어한다.
정식으로 훈련받은 전사가 아닌것 치고는 검 다루는 솜씨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마법을 두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근접전을 벌이지는 않는다. 누가 시켜면 자기는 게헤반이지 기사가 아니라고 툴툴거린다. 원래는 마법 놔두고 칼로 싸울 필요를 못느껴서 검술은 어디까지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조금만 익히려고 했는데… 여행길이 험해서 검을 들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원동기
돌아갈곳은 원래부터 없었지만, 떠날곳조차 없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생각에 토벌대에 자원했다고 한다. 여기가 제 누울 자리 되어 다신 떠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살아남아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