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 서부를 너른 사막으로 만들었다던 전설 속의 용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스스로가 설화가 아닌 역사임을 증명했습니다. 공국의 백성들은 북쪽 하늘에서 수 일을 쉬지 않고 흘러내리던 불의 강을 마주하는 순간 세상이 끝날 때가 왔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용은 대륙 곳곳을 휩쓸며 보이는 곳마다 불길을 토했습니다. 피해는 북부에만 머물지 않고, 온 대륙 사람들이 태양을 등진 검은 용을 두려워하기까지는 채 100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군대와 기사단, 정예와 자원대가 나설 때마다 사람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부르튼 손으로 박수를 치고 그들의 이름을 연호했으나 마지막 기사단이 출병했던 것이 마치 용의 습격이 있기 전처럼 까마득합니다. 이제는 대륙 전체가 끝없이 타오를 날이 머지않아보입니다.
하지만 긴 공백기에 용도 힘이 부쳤던 것일까요, 그간의 부나방 같던 전투가 조금은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요. 요 며칠 어디에서도 용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북쪽 산맥으로 돌아가는 용의 꼬리를 보았다고도 합니다. 용이 다시 오랜 잠에 빠진 것인지,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그 재앙을 섬멸하지 않는 한, 대륙에 사는 이라면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두려운 그림자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하늘만 올려다보는 삶이 계속되리란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용은 언제나 태양을 등지고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은 지도 수십 일이 지났습니다. 알아도 피할 수 없고, 닥쳐도 막을 수 없는 불길에 희망을 잃은 시선은 바닥을 향합니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는 타다 남아 발치에 채입니다.
그 가지를 들고 세상을 구할 마지막 토벌대를 모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프리발트 공국의 어느 귀족가 자제로, 한때는 공작을 위해 일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이대로 대륙 전체가 화마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호소합니다. 나라와 신분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대륙에 닥친 저 재앙의 숨통을 끊으러 갈 마음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수천 수만의 이름 높은 기사와 훈련된 병사에게도 역부족인 용에게 급조한 오합지졸 집단이 이길 수 있을 리 없다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모인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를 앞서 간 자가 누구든, 우리 뒤에는 아무도 따르지 않으리라고. 그러니 우리는 대륙 최후의 토벌대가 되리라고. 성공한다면 용의 전설이 전해진 세월만큼 우리의 이야기도 이어질 것이나, 실패한다면 누구도 알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녹색 망토를 입고 절망 앞에 스스로 일어선 이들의 이름이 희망으로 이어지는 날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 토벌대 복장
토벌대에게 지급되는 망토입니다. 길이 개조와 착용 방법은 자유롭습 니다.
신청서에 망토를 가지고 있다는 언급이 있다면 필수 착용이 아닙니다.
:: 라메르크 복장
라메르크의 신성사제들이 착용하는 교단의 복식입니다.
이번에는 개별적으로 토벌대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지정 복식을 따르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세계관 상 보편적이지 않은 설정은 소수 선발 요소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어느 국가가 특수한 통치 체제를 가졌다거나, 사회 구성원이 독특하다거나, 캐릭터가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비밀을 지녔다면 해당 캐릭터의 설정 유지를 위해 비슷한 설정의 캐릭터 중 일부만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설정과 관련된 부분 외에도, 선관 또한 소수 선발 요소에 해당합니다.
